시민은 스트레스·우울감·질환 관리
농촌엔 고령화·지방소멸 위기 해법
인천시, 치매 예방·건강 증진 연계 사업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 컨설팅
국비 10억 투입 '치유농업센터' 설치
실버 세대 정신 건강 개선 효과 '톡톡'
푸르름은 분명 낫게 하는 묘한 생명력을 지닌다. 회색으로 대표되는 도시에서 각종 작물을 키운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매력이다. 그리고 살아 있음을 증명하게 한다.
인천에 '도시농업'이 뿌리내린지 12년 됐다.
치유농업이란 신개념이 도시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4년 전 제정된 관련 법에 따라 건강 회복과 유지 증진을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사회 취약계층에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이에 치유농장과 치유농업센터 등 다양한 실험이 인천에서 행해지며, 농업을 단순히 재배하며 작물을 수확하는 노동이 아닌 도시에서의 힐링을 줄 수 있는 행복의 다른 매개체로 발전하고 있다.
“이젠 도시농업이 아닙니다. 치유농업입니다.”
인천시농업기술센터가 도시농업 교육과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12년.
센터는 16일 “그동안 추진했던 도시농업 관련 사업으로 많은 인천시민이 농업이 주는 행복과 치유적인 가치를 경험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치유농업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며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치유농업은 2020년 3월24일 제정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촌진흥청이 시작됐다.
이 법 제2조1항에 따르면 '치유농업'이란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용되는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의 활용과 이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해외 치유농업은 농업과 복지가 연계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해주는 정책 방향을 갖고 있다.
센터는 “한국형 치유농업은 시민에게는 스트레스, 우울감, 질환 관리 등 사회적 문제 해결과 삶의 질 향상을 주기 위해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농업인에게는 농가인구 고령화, 도·농 소득격차 확대 등 농업·농촌지역의 지방소멸 위기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 농업·농촌과 시민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27일 이순학(민, 서구 5) 인천시의원은 치유농업 관련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인천의 농업·농촌자원을 활용한 치유농업의 육성 및 지원 근거를 마련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시민의 건강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다”는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12월13일 인천시광역치매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치유농업과 치매관리사업 연계'를 시행하고 있다.
협약 내용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연계 운영, 치유농업시설 운영자의 교육 및 실습 연계, 지역사회 치매 예방과 건강 증진 등이다. 이에 다음달부터 '뇌건강학교'를 열고 초로기 환자를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치유농업 순항하다
인천시는 지난 2021년 남동구에 교육·체험농장을 운영하던 농가를 시작으로, 2023년 서구에 치유농장을 위한 국비 지원을 했다. 올해는 남동구 한 농가를 통해 쌀과 콩을 활용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 농촌진흥청에서 치유농업시설의 대국민 신뢰도 확보를 위한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도'를 시작하는 만큼 해당 인증제도를 갖추기 위한 맞춤형 컨설팅과 농가가 가진 자원에 맞는 치유농업 프로그램, 경영 개선, 치유농장주의 역량강화 등을 한다.
인천형 치유농업 교육 및 서비스 확산을 위해 '2024년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센터 구축' 사업대상 선정 공모에 지원했고, 2024~2025년 총사업비 10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시는 이 재원으로 계양구 다남동 도시농업체험교육관 부지에 치유농업센터를 만든다.
치유농업센터에는 뇌파계, 맥파측정기 등을 갖춘 진단실 및 상담실 100㎡, 테마와 대상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 및 체험을 위한 치유온실과 유형별 텃밭 1000㎡, 치유농업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장 및 실습장 563㎡ 등 총면적 1663㎡ 규모가 조성된다.
치유농업센터는 치유농업 상담실, 체험실, 진단실, 교육장 등의 시설 조성을 통해 대상에 따른(노인, 장애인, 유아, 일반)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 및 체험을 진행된다. 또 치유농업 육성을 위한 농업인 교육과 치유농업시설 운영자 및 치유농장 등 전문 인력을 육성한다.
2년 전부터 도시농업단체와 치유농장 희망 농업인을 대상으로 치유농업과 제도, 사례를 소개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농촌진흥청 지침에 따른 '치유농업시설 운영자 교육'을 하고 있다.
대상은 치유농장을 운영하거나 희망하는 농업인 20명으로, 교육 내용은 치유농업 자원의 이해, 치유농업 프로그램 개발, 치유농장 운영이다.
올해는 특수목적형 대상자의 이해 및 프로그램 개발, 유관기관 실습 등 특수 목적형 치유농업을 포함해 150시간의 통합 과정이 진행된다.
▲치유농업, 시민 참여로 더 푸르게
2022년 '내 삶을 회복하는 치유농업프로그램'이라는 주제로 홀몸 어르신과 갱년기 성인을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행해졌다. 대상별 4회기씩 운영했고, 이에 홀몸 어르신과 갱년기 대상자 모두 외로움과 우울감이 줄어들었다는 자체 분석이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실버세대를 위한 인지건강 치유농업프로그램'이란 주제로 회기수를 8회기로 확대하고,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효과 검증된 '의·식·주로 즐기는 텃밭정원 이야기 '로 치유농업 프로그램과 치유농업사를 활용해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다.
센터는 “프로그램 운영 결과 어르신들의 인지능력 10% 향상, 기억 감퇴 28.9% 개선, 우울도 29.3%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시민을 위해 '찾아가는 치유농업프로그램'을 한다. 또 치유농업시설 운영자 교육으로 전문성을 갖춘 치유농장에서 진행하는 '치유농장 연계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신설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이밖에 2012년부터 가정내 텃밭활동을 지원하는 상자텃밭을 지난해까지 2만3980세트를 보급해, 생활공간에서 가깝고 친숙하게 도시농업 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원도심의 주거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고자 '원도심 도시텃밭 조성사업'을 마을주민들과 함께 추진했고, 센터를 방문하는 시민들이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신기술농업체험포, 원예치유정원 등 도시농업 기반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